2024년 6월, 23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대한민국 산업 안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 참사의 책임자에게 오늘(2026년 4월 22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다.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된 것이다. 이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우리 사회가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23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법정에서 울분을 토하며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 비판했다. 법의 이름으로 내려진 이번 결정이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한 논란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1심과 극명한 대비, 항소심 결과의 파장

수원고법 형사1부는 오늘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1심의 징역 15년형을 파기했다. 함께 기소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1심 징역 15년에서 징역 7년 및 벌금 1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피고인들이 유족 전원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한 점, 그리고 리튬 전지의 재해 발생을 완벽하게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기존에 사고가 발생했거나 안전 조치가 필요한 공정에 대해 어느 정도 조치를 해왔다고 판단했다.
- 박순관 대표: 1심 징역 15년 → 항소심 징역 4년
- 박중언 총괄본부장: 1심 징역 15년 → 항소심 징역 7년, 벌금 100만원
- 감형 사유: 유족 합의 및 피해 변제, 리튬 전지 사고 예방의 기술적 한계, 일부 안전 조치 이행
하지만 유족들은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에 격렬히 반발했다. ‘말도 안 되는 판결’, ‘내 가족 살려내라’는 외침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사실상 재판부가 기업의 과실보다는 기술적 한계와 합의를 더 중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유가족들의 마음을 동결건조 시키는 판결 아닌가 싶다.
23명 희생 부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재조명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23명의 사망자와 9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불은 리튬 1차전지 보관 및 검수 작업 중 발생했으며, 진화가 어려운 리튬 배터리의 특성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이 피해를 키웠다. 특히 사고 이틀 전인 6월 22일에도 공장에서 소규모 화재가 있었지만, 아리셀 측이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 사고 일시: 2024년 6월 24일
- 사고 원인: 리튬 1차전지 발화, 진화 어려운 물질 특성
- 피해 규모: 사망 23명, 부상 9명
- 추가 의혹: 사고 이틀 전 소규모 화재 은폐 및 미신고
박순관 대표 등은 유해·위험 요인 점검 미이행,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미구비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당시 공장에는 불법 파견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고용되어 있었고, 이들에 대한 안전 교육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안전 불감증, ‘아리셀 참사’가 남긴 과제

아리셀 참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2026년 3월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역시 아리셀 참사와 ‘판박이 사고’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위험물질 취급 공장에서의 미흡한 안전 관리, 불법 증축된 휴게 공간, 그리고 내부 고발이 묵살되는 구조까지 놀랍도록 유사한 점이 많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의 엄중한 처벌을 통해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안전 점검이나 형식적인 매뉴얼 구비로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기업은 이윤 추구만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이라는 단어는 그저 이름뿐인 껍데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아리셀 참사 항소심 판결을 보며, 과연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23명의 희생 앞에서 법의 경고는 너무나도 가벼워 보인다. 진정한 책임은 단순히 법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