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이 뭔데?
무좀은 곰팡이균(피부사상균)이 피부나 발톱에 감염되어 생기는 거다. 의학용어로는 ‘족부백선’ 또는 ‘발백선’이라고 한다. 발가락 사이가 하얗게 불고 갈라지거나, 발바닥이 두껍고 거칠어지거나, 발톱이 누렇게 변하고 두꺼워지는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한 번 걸리면 재발이 잦고, 치료 기간도 길어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사실 포기한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방치하는 게 아닌가 싶다.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좀비처럼 다시 창궐하는 습성을 지닌 놈이다.
발의 특이사항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발 조건을 먼저 말해야겠다.
- 손발에 열과 땀이 엄청 많다. 여름에는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양말이 축축해질 정도.
- 발 사이즈가 남자치고 작은 편이다. 실측 240mm인데 신발은 255 신는다. 키는 보통평균 키이다.
- 이 두 가지 조건은 무좀균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 알게 된다.
2009년, 21살 – 무죄의 시절 👼🏻
2009년까지만 해도 나는, 깨끗했다.
손톱도, 발톱도, 발가락 사이도 멀쩡했다.
무좀이 뭔지도 잘 몰랐고, 설마 내가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해 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 그리고 시작
정확히 언제부터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 발가락 사이가 좀 이상했다. 가렵고, 하얗게 불었다. 근데 군대에서 그런 거 신경 쓸 여유가 어딨나. 그냥 넘어갔다.
돌이켜보면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훈련 나가면 군화를 최대 2주 동안 못 벗었다. 그 2주 동안 내 발은 군화 안에서 숨도 못 쉬고 갇혀 있었다. 땀 많은 내 발은 당연히 항상 축축했고, 겨울 훈련 때는 동상에 걸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젖은 발로 계속 걸어야 했다.
생활관(내무반)은 그래도 위생 관리가 되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외부였다. 야외 훈련장, 참호, 산속… 그런 곳에서는 발이 제대로 관리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결정타: 양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군대 세탁 시스템이 그렇다. 내 양말이 네 양말이고, 네 양말이 내 양말이 되는 거지. 🤬
무좀균 입장에서는 천국이었을 거다. 🙏
전역 후 – 악화의 길
2011년 전역하고 나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졌다.
전역하자마자 코엑스 지하주차장 알바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구두를 벗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대학교에 복학했을 때… 지금 생각하면 진짜 웃긴데, 겉멋이 들어서 구두를 미친 듯이 신고 다녔다.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면서 편한 신발 신고 출근하는데… 그때는 대학생 주제에 정장 스타일 옷에 구두를 더 자주 신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당시 개발 공부도 하고 있었는데,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도 구두 신고 앉아있곤 했다. 지금은 후디에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는 내가, 그때는 왜 그랬을까..?
발은 계속 신발 안에 갇혀 있었고, 땀은 계속 났고, 무좀은… 더 깊숙이 자리 잡아갔다.
그 이후로는…
사실 이 글에서 다 쓸 수가 없다. 이후로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얼마나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그건 다음 편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 한다.
궁금하지 않나? 16년 동안 나는 뭘 했고,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지금도 치료 중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