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기본적인 상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 발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땀, 땀, 그리고 땀.
나는 발에 땀이 정말, 정말, 정말 많다. 얼마나 많냐고?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항상 발이 축축하다. 통풍 잘 되는 신발? 소용없다. 샌들? 금방 더러워진다. 발을 씻고 양말 신은 지 10분만 걸어 다녀도 양말이 젖는다.
그래서 나는 앉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신발을 벗는다. 카페든, 사무실이든, 심지어 최근 몇 년간은 운전할 때도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운전한다. 발컨트롤이 더 정교해지고, 무엇보다 양말이 젖는 걸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말은 조금씩 젖는다…)
겨울에는 땀이 식으면서 발이 차갑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근데 이건 내 ‘느낌’일 뿐이고, 신발 속 미세 환경은 완전 딴판이다. 땀(습기)은 그대로 갇혀있는데, 양말과 신발이 체온을 붙잡아두니… 무좀균에게는 그야말로 ‘축축하고 따뜻한’ 천국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여분의 양말을 가지고 다닌다. 수시로 갈아신어야 하니까.
발톱 상태는?
원래는 왼쪽 엄지발톱의 가생이 쪽만 상태가 안 좋았다. 그 부분만 누런 가벼운 발톱무좀 증상이었다. 그러다가 오른쪽 발톱 몇 개도 상태가 조금 안 좋어졌다. 그리고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오른쪽 발바닥에 수포 같은 게 엄청 올라왔었다. 가렵고, 보기에도 안 좋고, 신발 신으면 불편하고…
이게 내 발의 기본 스펙이다.
중국 출장 시절 – 발마사지샵 순례기 (2018~2021년)

만 3년 동안 중국에 장기 출장을 갔다.
중국에서는 발마사지샵이 엄청 많다. 그리고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나는 거기를 수시로 다녔다. 발을 깔끔하게 씻어주고, 각질도 제거해주고, 마사지도 해주니까 일석삼조였다.
그곳에서 파는 민간처방 약도 샀다. 뭐가 들어갔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직원이 “이거 무좀에 좋다”고 해서 샀다. 자주 발랐다. 근데 별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발 상태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발마사지샵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악화되기 전이었는지…
그리고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중국에서 돌아온 후였다. 왼쪽 엄지발톱 가생이 쪽이 계속 신경 쓰였다.
‘내가 직접 고쳐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그래서 발톱깎이와 줄을 가지고 왼쪽 엄지발톱 가생이 쪽을 깊숙하게 엄청 자주 팠다. 무좀 걸린 부분을 다 파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완전히 헛짓이었다.
무좀 치료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됐다. 당연하다. 무좀균의 뿌리는 발톱 밑, 살 속에 있는데 발톱만 파낸다고 없어질 리가 없다. 오히려 깊게 자르면서 상처가 나고, 그 상처로 무좀이 더 악화된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절대 따라 하지 마라.
한국 귀국 – 피부와의 전쟁 (2021~2023년)

한국에 돌아와서는 제대로 치료해보기로 했다.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내 발을 보더니 말했다.
“이 정도면 좀 오래됐네요. 먹는 약 처방해드릴게요.”
먹는 약. 경구용 항진균제다. 테르비나핀이나 이트라코나졸 같은 약들인데, 발톱무좀은 바르는 약만으로는 안 되고 먹는 약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이 약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 일단 간 수치부터 체크해봐야 해요.“
먹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피검사를 했다. 그런데…
간 수치가 살짝 나빴다. 😱
의사 선생님이 약 처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상태에서 먹다가는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결국 먹는 약은 시작도 못 했다.
바르는 약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발톱 깊숙이 자리 잡은 무좀균은 연고로는 도달할 수가 없으니까. 치료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병원 다니는 것도 귀찮아지고, 비용도 계속 나가고… 어느 순간 그냥 포기했다.
다한증 주사의 비극 (2024년 초여름)

작년(2024년)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발에 땀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다가오는 여름에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다한증 보톡스 주사.
발바닥에 보톡스를 주사해서 땀샘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거다. 효과는 몇 달 정도 지속된다고 했다.
“좀 아플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그래도 주사인데 뭐 얼마나 아프겠어’ 싶었다.
겁나 아팠다.
발바닥에 수십 개의 주사를 놓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악악악악!” 소리를 주사 맞을 때마다 질렀다.
몇 개월 동안 효과는 있었다. 발에 땀이 조금 덜 나는 것 같았다. 근데 지금은 다시 원상복구됐다.
절대 다시는 안 할 거다. 돈 줘도 안 한다. 진짜로.
발관리샵 순례 – 1년의 기록 (2024년~2025년 초)

작년(2024년)부터 올해(2025년) 초까지 오른쪽 발바닥에 수포가 엄청 올라왔다.
가렵고,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육안상 극혐이었다.
발관리샵을 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갔다. 발톱 네일 관리와 각질 제거를 병행했다.
한 번 가면 10만 원 정도 나왔다. 비쌌다. 근데 뭐 어쩌겠나. 발이 편해지니까.
1년 정도 꾸준히 다녔다. 근데…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발은 깨끗해 보였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었던 거다. 관리는 관리일 뿐, 무좀균을 죽이는 건 아니니까.
마지막 희망 – 강남 피부과 집중 치료 프로그램 (2025년 가을~현재)

올해 가을(2025년 9월경)부터 강남역에 있는 피부과에 다니고 있다.
여기는 그냥 피부과가 아니라, 무좀 전문 치료를 하는 곳이다. 상담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1년 프로그램으로 진행합니다. 장기전입니다.”
거금을 들여 1년 치료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현재 딱 두 달째다.
치료 방법은 이렇다:
1. 레이저 치료
발톱에 레이저를 쏴서 무좀균을 죽인다. 이건 그렇게 아프지 않다.
2. 열치료
이게 진짜 고문이다. 🔥
발에 고온의 열을 가해서 무좀균을 죽이는 건데… 각 발톱에 레이저를 쏘는 처음 몇 초간은 ‘어? 괜찮은데?’ 싶다가, 갑자기 발톱이 통째로 빠질 것 같은 극심한 뜨거움이 몰려온다. 받을 때마다 “꺅꺅!” 소리가 절로 나온다. 화상 입기 직전까지 온도를 올린다고 하더라. 효과는 있다는데,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3. 네일 관리
기본적인 발톱 관리도 병행한다. 두꺼워진 발톱을 갈아내고 정리해준다.
4. 매일 밤 약 바르기
집에서는 매일 밤 자기 전에 두 가지 약을 바른다.
- 발무드겔: 피부 무좀용 연고. 저렴한데 금방 쓴다. 조금만 짜도 엄청 나온다. 양 조절이 어렵다.
- 바르토벤: 발톱 무좀용 약. 4만 원이 훨씬 넘는다. 비싸다. 진짜 비싸다. 근데 다행히 금방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최근에는 발가락 양말도 구매해서 자주 착용하고 있다. 안쓰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발은 젖는다.)
현재 오른쪽 발바닥에 있던 수포는 (신기하게도) 꽤 가라앉았다. 🎉
발톱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겨우 두 달 지났으니까. 워낙 천천히 자라는 부위라. 그래도 새로 자라나는 발톱이 조금 더 투명하고 얇아진 것 같기도 하다. (희망 사항일지도)
전체적으로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히 ‘시작이 좋다.’
1년 프로그램이니까 아직 10개월이나 남았다. 과연 완치가 될까? 아니면 또 재발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냥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16년을 돌아보며 – 내가 깨달은 것들

1. 무좀은 인내심 싸움이다
빨리 낫는 병이 아니다. 몇 달, 몇 년을 봐야 한다. 특히 발톱무좀은 더하다.
2. 민간요법은 돈 낭비다
중국에서 산 그 약, 발관리샵, 인터넷에서 본 각종 비법들… 효과 없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답이다.
3. 먹는 약을 먹을 수 없다면 더 오래 걸린다
나처럼 간 수치 때문에 먹는 약을 못 먹으면, 바르는 약과 레이저 치료로만 해야 한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4.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16년 동안 무좀 치료에 쓴 돈을 계산해보고 싶지 않다. 아마 몇백만 원은 족히 넘을 거다. 피부과, 약값, 발관리샵, 다한증 주사, 지금 다니는 레이저 치료까지… 확실한 것은 전문의가 진료하고 치료/처방하는 것이 돈을 아끼는 길이라는 것이다.
5. 땀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치료해도 발이 항상 축축하면 재발한다. 나는 여전히 발에 땀이 많지만, 그래도 신경 써서 양말을 자주 갈아신고, 발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샌들이나 슬리퍼를 주로 신고 다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