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쿠자 2025 후기: 100분이 100초처럼 느껴진 이유 | 잠실 좌석 추천

※ 이 글은 공연의 일부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커스? 생소했지만 특별했던 첫 경험

평소에 서커스를 잘 보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처음이라고 봐야 한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종종 봤지만, ‘서커스’라는 장르는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에 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이건 단순한 곡예가 아니었다. 예술, 음악, 연극, 코미디가 하나로 융합된 총체적 예술이었다. 이제 이해했다. 왜 태양의 서커스가 전 세계에서 8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지, 왜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지 말이다.


공연장부터 남다르다 – 빅탑(Big Top)의 첫인상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해서 처음 본 광경은 거대한 서커스 천막이었다. ‘빅탑’이라 불리는 이 구조물이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 있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천막을 보는 순간, ‘아, 이게 서커스구나’ 하는 설렘이 밀려왔다.

입구에는 거대한 트릭스터 조형물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복도에는 MD 샵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공연 전부터 이미 특별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천막인데 실내? 생각보다 쾌적한 공연장

‘천막이면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들어가 보니 완벽하게 밀폐된 실내 구조였고, 난방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나도 안 추웠다. 오히려 공연 중에 배우들이 저 높은 곳에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부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공연장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상당해서 공중 퍼포먼스를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무대는 360도 원형 무대로, 적당한 크기였다. 관객석 수도 너무 많지 않아서 아늑하면서도 모든 퍼포먼스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측면 R석도 충분히 가까웠다 (하지만 중앙이 좋긴함)

나는 R석을 예매했는데, 생각보다 무대와 가까웠다.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 땀방울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공중 묘기를 할 때 배우들이 숨을 고르는 소리까지 들렸다.

내가 앉은 자리는 무대 정중앙이 아니라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진 R석이라 ‘괜찮을까?’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360도 원형 무대 특성상, 배우들이 모든 방향으로 쇼맨십을 보여줘 묘기를 관람하는 데는 거의 지장이 없었다. 공중 퍼포먼스는 어차피 위를 보게 되니 좌석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소통할 때는 오히려 측면 좌석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처럼 R석이나 측면 좌석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역시 예산이 된다면 중앙 좌석이 최고다. VIP나 SR석 같은 중앙 좌석은 무대 한가운데를 정면으로 볼 수 있고, 모든 연출과 무대 구성이 중앙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면에서 보면 더욱 완벽하고 최적의 각도로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시작된 쇼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캐릭터들이 객석 사이를 누비며 관객들과 장난을 쳤다. 팝콘을 뿌리기도 하고, 관객들을 골라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게 만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하더니, 점점 분위기가 풀리면서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태양의 서커스만의 노하우인 것 같다.


3개의 페이즈가 트위스트되는 구조

쿠자는 크게 3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었다:

  1. 이노센트와 트릭스터의 서사 – 순수한 청년이 마법 상자를 열고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이야기
  2. 왕과 두 신하의 코미디 마임 – 슬랩스틱 코미디와 관객 참여로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들
  3. 압도적인 묘기 – 숨 막히는 아크로바틱과 공중 퍼포먼스

이 3개의 요소가 트위스트되면서 결말을 향해 휘감아 올라갔다. 단순히 묘기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서사와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몰입시켰다. 무대 전환 시간조차 허투루 쓰지 않았다.


라이브 음악과 수동 조명 – Everything is alive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대부분의 노래와 음악이 라이브였다는 점이다. 무대 한쪽에 밴드가 자리 잡고 있었고,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 실시간으로 연주했다. 드럼, 기타, 관악기까지 모든 악기가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립싱크인데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조명은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명 부스에서 스태프들이 타이밍을 맞춰 조명을 바꾸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것도 하나의 라이브 퍼포먼스였다.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무대였다.


숨 막히는 퍼포먼스의 연속 – 각 장면별 하이라이트 (스포 주의!)

공연은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약 100분간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 100분이 정말 100초처럼 느껴졌다. 한순간도 눈을 뺄 수 없었다.

1.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 – 공중에 매달린 링 위의 곡예사

공연의 첫 번째 순서는 천장에 매달린 큰 링에서 곡예사가 묘기를 부리는 장면이었다. 후프를 타고 공중을 유영하듯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중력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우아하면서도 위태로운 그 움직임에 객석은 숨을 죽였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곡예사가 원심분리기를 시전하였다.

2. 유니사이클 듀오(Unicycle Duo) – 외발자전거 위의 아크로바틱

외발자전거를 타고 그 위에서 여자가 별짓을 다하는 퍼포먼스였다. 남자가 외발자전거로 균형을 잡고 있는 동안 여자가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다리를 쭉 펴고, 온갖 포즈를 취했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집중력과 균형감각이 필요한 기술로 보였다.

3. 하이 와이어(High Wire) – 10m 상공의 줄타기

지상 10m 높이에 설치된 가느다란 줄 위에서 곡예사들이 펜싱 대결을 벌이고, 줄넘기를 하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전거 두 대가 동시에 와이어 위를 달리는데, 그 위에 또 다른 곡예사가 장대를 들고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손에 땀을 쥐는 정도가 아니라, 발에도 땀이 났다. 혹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실수하는 건 아닐까…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4. 컨토션(Contortion) – 인체의 새로운 경지

두 명의 곡예사가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몸을 구부리고 비트는 퍼포먼스였다. (내가 본 날에는 2명이 나왔다.) 인간의 몸이 저렇게까지 유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약간 무섭기도 했다. 우아하면서도 기괴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장면이었다.

5.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 무게 700kg의 회전 원통 위 곡예

이 장면은 공연의 클라이맥스였다. 무게만 700kg에 달하는 거대한 쌍둥이 원통 구조물이 인간의 힘으로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캣휠 같았다. 곡예사들은 위험천만한 구조물 위에서 줄넘기도 하고 수초동안 활강도 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조리게 만들었다. 곡예사들이 원통 안에서 달리다가, 원통 밖으로 뛰어나와 회전하는 원통 위에서 균형을 잡는 장면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고, 퍼포먼스가 끝나자 객석은 폭발적인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6. 후프 댄스(Hoop Dance) – 훌라후프 묘기

리듬체조처럼 훌라후프 여러 개를 동시에 돌리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몸의 여러 부위에서 찬란한 형색의 수많은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경쾌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타이밍과 리듬감이 완벽해야만 가능한 기술이었다.

7. 밸런싱 체어(Balancing on Chairs) – 의자 8개 위의 다비드 조각상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장면이었다. 탁자 위에 의자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데, 무려 8개 이상을 수직으로 쌓았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 한 손으로 의자를 잡고 몸을 공중에 띄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객석에서는 절로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저게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완벽한 균형 감각이 경이로웠다.

8. 티터보드(Teeterboard) – 시소 위의 공중 점프

거대한 시소 같은 장치를 이용해 곡예사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회전하고 착지하는 퍼포먼스였다. 마치 인간 포환던지기 같았는데, 착지할 때마다 관객들이 “우와!” 하고 환호했다. 굉장한 팀워크가 요구되는 어려운 아크로바틱 묘기였다.


주인공과 조력자의 묘한 역할 분담

공연의 주인공은 이노센트(Innocent)라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런데 이 친구의 최대 업적은… 응원만 했는데 왕이 되었다는 것이다. 진짜다. 다른 배우들이 목숨 걸고 묘기를 부리는 동안, 이노센트는 박수 치고 응원하다가 어느새 왕관을 쓰고 있었다.

반면 트릭스터(Trickster)라는 캐릭터는 이 모든 일의 조력자인데, 최대 업적은 근엄한 표정으로 살랑살랑 몸짓 끼부리다가 가끔씩 텀블링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트릭스터는 나름 무대를 이끌어가는 존재감이 있었다.

고생은 다 다른 배우들이 했다. 외줄 타고, 곡예 기구들 준비/철수하고, 회전 원통 위에서 점프하는 건 다 다른 곡예사들의 몫이었다. 이노센트와 트릭스터는 그저 이야기의 틀을 제공할 뿐이었다. 이 아이러니한 역할 분담이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광대들의 슬랩스틱 코미디 – 무대 전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각 퍼포먼스 사이사이에 광대들이 등장해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쳤다. 관객 중 한 명을 무대로 불러내 왕관을 씌우고, “마지막 시험”이라며 어눌한 한국어로 장난을 치는 장면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심지어 무대 전환 시간에도 스태프가 장비를 세팅하는 동안 광대들이 종이 폭죽을 터뜨리거나, 관객들과 함께 객석 통로를 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조마조마, 아슬아슬, 그리고 감탄

이 공연을 보는 내내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손에 땀을 쥐고, 아니 발에도 땀을 쥐고,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혹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실수하는 건 아닐까… 그 긴장감이 공연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퍼포먼스가 성공할 때마다 객석은 폭발적인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이건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이었다. 인간의 몸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집중력과 훈련이 어떤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직접 목격하는 시간이었다.


100분이 100초처럼 느껴진 이유

인터미션 20분을 제외하고 약 100분간 진행된 공연이었는데,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공연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매 순간이 강렬했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긴장과 이완이 완벽하게 조절되었다. 음악, 조명, 의상, 무대 연출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총체적 예술을 완성했다.


전문가들은 쿠자를 어떻게 평가할까?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약 8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대표작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 초연 당시 서울에서 총 매출 258억 원, 20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태양의 서커스 한국 투어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되었다.

‘쿠자(KOOZA)’라는 제목은 고대 인도어로 ‘상자’ 혹은 ‘보물’을 뜻하는 ‘코자(KOZA)’에서 유래했다.

쿠자는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공연으로 꼽힌다. 고난도의 곡예, 생생한 라이브 뮤직, 탄탄한 서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라이브 공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이 공연은 54명의 아티스트115명의 스태프가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프로덕션이다. 공연장인 빅탑(Big Top)은 2,500석 규모의 거대한 이동식 텐트로,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품질의 공연을 제공한다는 점이 놀랍다.


마치며 – 이 공연을 꼭 봐야 하는 이유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단순히 ‘서커스’라는 카테고리에 가둘 수 없는 작품이다. 이건 예술이고, 감동이고, 경이로움이다.

평소에 서커스를 잘 안 보는 사람이라도, 아니 오히려 서커스를 잘 안 보는 사람일수록 꼭 봐야 한다. 서커스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깨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2025년 12월 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공연 중이니,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은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공연 정보

  • 공연명: 태양의 서커스 쿠자(Cirque du Soleil KOOZA)
  • 공연 기간: 2025년 10월 11일(토) ~ 12월 28일(일)
  • 공연 시간: 수·목 19:30 | 금 15:00, 19:30 | 토 12:00, 15:30, 19:00 | 일·공휴일 14:00, 17:30 (월·화 공연 없음)
  • 공연 장소: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 관람 연령: 전체 관람가
  • 공연 시간: 약 2시간 10분 (인터미션 25분 포함)
  • 가격
    VIP석 320,000
    EXCITING석 220,000
    SR석 210,000
    R석 170,000
    S석 130,000
    A석 100,000
    B석 80,000

예매 링크